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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공부

2014.08.21-3

글쓰기의 공중부양 - 이외수 


1. 발상의 전환 없이 글쓰기의 발전을 기대하지 말라.
의문은 발상을 전환시키는 도화선이다. 끊임없이 의문을 던져라. 참새는 왜 걷지 못할까. 양심 측정기가 발명되면 어떤 사람들이 가장 강력하게 사용을 반대할까. 물에 비친 달은 물일까 달일까. 돌고래는 정말로 외계에서 온 지성체일까.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면서 해답을 탐구하라. 남들이 보는 시각과 똑같은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습관을 버려라. 그래야만 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고 남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깨달을 수 있다.



2. 글로써 타인을 감동시키거나 설득시키고 싶다면 진실하라.

진실은 사실과 다르다. 사실을 통해 그대가 얻은 감정이 진실이다. 글쓰기는 자기 인격을 드러내는 일이다. 글을 쓰면 그대의 내면이 그대로 드러난다. 머릿속에 있는 것들도 실체를 드러내고 가슴속에 있는 것들도 실체를 드러낸다. 그러므로 글로써 타인을 감동시키거나 설득시키고 싶다면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을 갈고닦아야 한다.


3. 예술은 아름다움을 궁극으로 하는 최상의 창작행위다.

세인들은 예술이 예술가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과는 거리가 먼 분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술은 예술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든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 최상의 경지에 이르면 예술을 구사할 수 있다. 경지에 이른 구두닦이가 잘 닦아놓은 구두코 끝에도 예술은 있다.

문학은 예술이다. 그러나 글쓰기를 통하지 않고서는 도달할 수 없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예술이 아름다움을 궁극으로 한다면 문학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글쓰기는 아름다움의 모색으로부터 출발한다. 자신의 내면도 아름답게 만들고 타인의 내면도 아름답게 만들겠다는 소망이 있어야 한다.


4. 창작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그대의 정신상태부터 한번 점검해 보자.

정신상태를 들먹거리면 정신이 저절로 경직되면서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가 만약 대한민국 남자라면 병역의 의무를 필한 사람이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군대만 가면, 쫄따구가 말이야, 정신상태가 불량해 가지고 말이야, 어쩌구 하는 소리를 수없이 들어야 한다. 정신상태가 불량하다는 말을 들으면 대개 시멘트 바닥에 대가리를 박아야하는 불상사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정신상태는 군대에서 강요하는 정신상태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우선 무기의 용도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군대에서 다루는 무기는 인명 살상용이지만 여기서 다루는 무기는 영혼 구제용이다. 이쯤에서 나는 그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고 싶다. 지금까지 공부한 것들을 실전에 써먹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방대한 지식을 두뇌 속에 소장하고 있어도 써먹을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5. 향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나고 똥 싼 종이에서는 똥내가 난다는 말이 있다.

가히 법문(法門)이다. 자신이 어떤 것들을 가까이 하느냐에 따라 인품도 달라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시쳇말로 하자면 노는 물이 좋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대가 노는 물에 따라서 그대의 글도 달라진다. 그대가 좋은 글을 쓰고 싶다면 날마다 개떡 같은 생각이나 하면서 개떡 같은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을 가까이 하지 말라. 그러면 그대의 글도 개떡 같아질 것이다.
인연에는 악연이 있고 호연이 있다. 글을 쓰는 자에게는 글을 방해하는 인연이 악연이고 글에 도움을 주는 인연이 호연이다. 그대가 어떤 인연을 만나든 상관하지 않고 향내가 나는 글을 쓸 수만 있다면 적어도 그대에게는 악연이 없다. 하지만 그러한 경지를 획득하지 않았다면 가급적이면 좋은 물을 찾아다니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라.
 
- <글쓰기의 공중부양> (해냄. 2007)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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